원더풀한 연기, 말솜씨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배우 윤여정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은 빼어난 연기력 만큼이나 수려한 언변으로 전세계 해외 영화팬들을 사로 잡았는데요.
지난 5일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에 이어 12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 수상의 영예를 누린 윤여정입니다. 각종 해외 시상식에서 37관왕을 달성했습니다. 26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도 수상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배우 윤여정의 수상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는게 바로 솔직하고도 유머러스한 '어록'입니다. 수상 소감, 인터뷰, 각종 발언 등 '윤여정 어록'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연기 만큼이나 빛나는 어록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기 만큼이나 빛나는 어록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에게 인정 받아 기뻐"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은 배우 윤여정 특유의 유머를 대변했습니다. 할 말은 하는데, 고상하고 품격있게, 유머러스합니다. 12일 '2021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모든 상은 의미가 있지만, 이번 상은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들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말해 시상식 소감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BBC, 할리우드 리포터, 바라이어티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은 작품상이나 주연상 수상자 보다도 윤여정에 더 주목하며 "이 밤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대한 질문으로 윤여정에게 "칭찬이 아닌 수상 소감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인가?"라고 물었고, 윤여정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수상 소감"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윤여정은 "영국은 여러 번 방문한 나라이고 개인적으로는 10여년 전 캠브리지 대학에서 배우로서 펠로우십을 했다. 당시 학교를 다니면서 영국인은 고상한 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고상함은 안 좋은 뜻이 아니라 긴 역사만큼의 자부심이 있는 나라라는 것"이라며 "아시아 여성으로서 그런점에서 영국인이 고상한 척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솔직한 느낌을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여정은 그러면서 높아진 오스카 수상 가능성에 대해 "나도 내게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모르니 그런 거 묻지 마라"라며 재치있게 답변해 다시 한번 웃음을 안겼습니다.
"LA에 사는 아들, 증오범죄 공격 받을까 오스카 가는 내 걱정"
윤여정은 또 할 말은 하는 사람입니다. 용감하고 날카롭기까지 합니다. 포브스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 문제를 꺼냈습니다. 윤여정은 "자신의 두 아들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LA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며 아시아계 범죄를 언급했습니다.
윤여정은 "아들이 나이가 든 내가 혹시라도 증오범죄 공격을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이건 끔찍한 일"이라고 탄식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무엇보다 고령의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폭행 등 범죄가 이어진 현실을 아들의 걱정을 통해 짚었습니다.
"이혼이 주홍글씨, 아들들을 위해 어떤 역할이든 했다"
윤여정의 말은 그저 웃고 넘어가는 말이 없습니다. 유여곡절 겪은 인생이 녹아 있습니다. 윤여정은 여러 인터뷰에서 결혼, 이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에서 결혼 생활을 했고, 이혼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기를 다시 시작한 과거를 돌아보며 "끔찍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윤여정은 "과거에는 이혼이 주홍글씨 같았다. 남편에게 복종을 약속해야 했는데 나는 그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TV에 나올 수가 없었다. 아무도 내게 일을 주지 않았다"면서 "나는 아들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했다. 20년 전 스타로 데뷔했을 때의 자존심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때부터 성숙한 사람이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사람으로서 독립영화는 하기 싫었다"
윤여정의 말은 그 흔한 인터뷰의 '모범답안"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정해진 이야기, 흠 잡히지 않을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인터뷰와는 다릅니다.
윤여정의 솔직한 발변은 지난해 1월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윤여정은 '미나리' 상영 후 진행된 무대인사에 참석해 영화에 대해 진지한 단별을 한 한예리, 스티브 연에 이어 마이크를 건네 받았고 "다들 진지하다. 그런데 난 저렇게 진지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해 미국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어 "난 한국에서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이 영화는 사실 하기 싫었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인데다 독립영화였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고생을 하게 된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영화가 잘나왔다. 나는 늙은 여배우니까 이제 힘든 건 하기 싫다. 그런데 정이삭 감독이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진솔하고도 유머러스 넘치는 말로 좌중을 사로잡았습니다. 싫은건 싫다고, 감사한건 감사하다고 다 포현하는 윤여정입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해요"
윤여정의 말이 전세계 해외 영화인들을 웃기고, 공감하게 하는 비결은 "윤여정표 영어"에 있습니다. 유창하진 않지만, 쉬운 표현으로 희로애락과 유머를 충분히 전달합니다.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조연상을 수상한 뒤 "해외에서 이렇게 알려지게 될지 몰랐다. 영광스럽고, 특히 동료 배우들이 수상자로 선택해줬다는 것에 감격스럽다. 제가 지금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며 후보에 함께 선정된 배우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감사를 표해 동료들을 감동하게 했습니다.
윤여정은 tvn프로그램인 '윤식당', '윤스테이'나 해외 인터뷰 등에서도 "남의 나라 말은 끝이 없다. 내가 거기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면 완벽하게 할 순 없다. 그래서 내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안 본다. 틀린 걸 알기 때문에. 아우 짜증난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쉽고도 편안한 영어 사용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거침없지만 불쾌함을 주지 않고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윤여정표 말솜씨. 그 안에는 단단한 커리어가 주는 자심감, 솔직함, 자유로운 생각이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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